'불황 경고등' NPL 늘자 경매물건 쏟아진다

입력 2023-11-21 17:41   수정 2023-11-22 01:42

올해 들어 국내 부동산을 담보로 빌려준 부실채권(NPL)시장이 지난해의 4배가량으로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와 금리 급등으로 대출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부동산 담보물이 경매 시장으로 넘어가면서 임의경매(담보권 실행 경매) 건수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상가, 지식산업센터, 빌라 등 담보가치가 급격히 하락한 물건이 속출하고 있다. 내년에 코로나 사태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등에 따른 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되면 NPL 시장이 크게 팽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은행권 NPL 매각 규모 4배 증가
2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1~9월)까지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이 매각한 NPL 규모는 총 1조6286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 매각 금액(4193억원)과 비교해 1년 새 4배로 늘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 연간 매각 실적(1조4594억원)도 이미 뛰어넘었다.

금융권은 보유 여신을 건전성 수준에 따라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한다. 이 가운데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 이하 여신을 ‘NPL’이라 부른다. 1금융권의 NPL은 대부분 기업 대출에서 발생한다. 은행은 원리금을 제대로 갚지 못한 기업의 부동산 담보 등을 연합자산관리(유암코) 등 전문투자사에 넘겨 자금을 회수한다.

올해 NPL 시장이 급성장한 건 대출금리 오름세, 경기 불황 등으로 금리 부담을 버티지 못한 기업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 9월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등의 대출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된 것도 NPL 시장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대주단으로부터 대출 원리금 상환을 유예받고 있는 PF 개발 사업지가 내년 상반기엔 대거 부실화되면서 NPL 시장이 팽창할 것이란 관측이다. 한 NPL 유동화회사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상환을 유예하면서 한계기업의 수명이 길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상가 담보권 실행 경매 ‘속출’
NPL 시장 팽창과 함께 임의경매 건수도 급증세를 나타내고 있다. 경매는 NPL 대출금을 회수하는 방법의 하나다.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수도권 아파트 임의경매 건수는 423건으로, 작년 말(159건)보다 2.6배로 증가했다. 경매가 진행 중인 서울 동작구 상도동 A아파트 전용면적 84㎡도 NPL 물건이다. 감정가가 8억5000만원인데, 한 저축은행으로부터 근저당으로 설정된 금액이 8억1300여만원에 이른다. 유동화회사가 인수한 뒤 경매를 추진 중이다.

금리 상승에 직격탄을 맞은 지식산업센터, 상가 등도 경매 시장에 속출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지식산업센터는 지하층 6개 점포가 한꺼번에 임의경매에 들어갔다. 신림동의 도시형 생활주택 한 동(6가구)도 NPL 매각이 이뤄진 뒤 경매 절차를 밟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100원짜리 NPL을 95원 정도에 받고 넘겼는데, 지금은 80원대 후반에서 90원 정도 받는다”며 “NPL 물량이 늘어나면서 할인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NPL 시장이 팽창하는 만큼 투자자의 선택 폭은 넓어질 전망이다. 다만 개인투자자가 금융권으로부터 NPL을 직접 인수하는 방법이 없는 데다 우회적으로 NPL을 매수하더라도 리스크가 크다는 설명이다. 금융권은 유동화 전문회사에 NPL을 매각하고, 유동화회사는 이를 대부업체에 매각한다. 개인투자자는 대부업체로부터 NPL을 살 수 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NPL이라고 무조건 이익을 내는 건 아니고 매입가격이 중요하다”며 “담보인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면 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NPL 전문가는 “일반 투자자가 NPL을 매입하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수익률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심은지/이인혁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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